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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비금도 백패킹(그림산-선왕산 종주)

by akwoo 2024. 5. 28.

 

산행일 : 2024-05-16~17

여정 : 영광(자차)  암태도 남강항(선박)  비금도 가산항(택시) - 상암마을  산행  하누넘해수욕장(택시) - 가산항(선박) - 암태 남강항(자차) - 영광

 

코스: 상암마을  그림산  투구봉(1) - 선왕산  하누넘해수욕장(하트해변)

전체적인 종주 방향은 동남에서 북서방향으로 이동한다.

 

소요시간 : (박배낭 20kg 메고 쉬엄쉬엄) 상암마을 -(50) 그림산 - (15분) 투구봉 - (1시간 25분)선왕산 

- (30분) 하누넘해수욕장

(총 산행 시간만 3시간 소요. - 휴식 시간 빼고)

 

- 참고사항 -

※헷갈리는 곳 : 선왕산에서 110m 정도 진행하면 이정표 없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주능으로 종주가 이어지다 하누넘 해수욕장으로 하산할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왼쪽의 지능을 따라 바로 하누넘 해수욕장으로 하산.(소요 시간은 20~30분 정도 차이 남)

 

암태 남강여객터미널에서 비금도 가산항 까지는 오전 6시부터 밤 22시까지 1 16회 운항하고

소요 시간은 40. 차량 선적도 가능하다.

※오전 7시 이후 배를 타고 가면 가산항에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가 바로 떠나니 배에서 내리자마자 타야 한다.

택시는 4대가 운행한다.

가산항-상암마을 1만5천원

하누넘해수욕장-가산항 2만5천원

 

산행 궤적

 

 

 

평일이라 사람이 없었다.

대신 상암마을 들머리에는 커다란 산행 개념도와

나무에 걸려 흔들리는 표지기가 여기가 그림산 들머리임을 알 수 있게 해 줬다.

입구에서 친절한 기사님이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기온은 따뜻한데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초록이 짙어지는 급하지 않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400m를 걷자 적당히 웜업이 되어 빈 의자에 배낭을 내리고 아우터를 벗어 배낭에 걸었다.

등산로에는 어려운 길과 쉬운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었다.

쉽게 돌아서 가는 길보다는 당연히 짧은 어려운 길을 택했다.

올라보니 암벽지대에는  계단이나 스테이플러 침을 박아 둔 것 같은 발걸이가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상암마을 들머리에서 시작하여 그림산- 투구봉 선왕산- 하누넘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주능이고

그 주능에서 좌우로 지능이나 계곡을 따라 내려갈 수 있는 탈출로(마을로 내려가는) 4~5개 정도 있다.

들머리에서 25분 정도 오르자 첫 번째 전망데크가 나왔다.

 

그곳에서는 비금도의 남서방향의 섬과 바다가 조망된다.

바로 아래 임리 저수지와 그 아래 임리마을이 한가로웠다.

마을 앞에는 반듯하게 구획된 널찍한 뜰이 아직은 여백으로 남아있다.

나도 덩달아 느긋했다.

 

 

 

 

웜업이 되어 아웃터를 벗느라 잠깐 휴식

 

 

 

 

첫번째 전망대. 오른쪽 암봉이 그림산 정상

 

 

 

평일이라 인적이 없어서 좋았다.

셀카봉으로 사진도 찍고 한가로운 오후를 산책하듯 걷는다.

20kg의 배낭도 크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몇 번의 바윗길을 올라 주능선으로 올라섰다.

해발 226m 그림산 정상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됐다.

 

지나온 능선과 데크로드가 선명했고 잘 정리된 논과 염전은 고요했다.

연두색이던 숲은 앞다퉈 초록으로 짙어가고 바람이 간혹 그 초록을 흔들어댔다.

작은 봉우리 뒤 오른쪽으로 투구봉이 데크계단과 목교로 이어지며 멋스럽게 서 있다.

작은 봉우리를 오르는 길 옆에 노란 실거리꽃이 피어있다.

반가워서 몇 컷 담아줬다.

오르기 어려운 곳에 설치된 스테이플러 침 같은 발 받침대

 

 

 

능선 사이로 투구봉과 들판 그리고 바다가 보인다.

 

 

 

 

한반도 지도 바위. 누군가 재치있게 제주도 표기를 위한 돌을 놔뒀다.

 

 

 

 

등산로는 다양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편하다. 그림산 정상 직전 계단.

 

 

 

 

그림산 정상

 

 

 

그림산 정상에서 바라본 지나온 데크 길과 왼쪽 멀리 비금면 소재지가 보인다.

 

 

 

 

실거리나무

 

 

 

 

봉우리에서 다시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완만한 바위 능선을 잠깐 올라가면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다.

바로 투고봉으로 이어지는 데크계단으로 들어섰다.

신발이 조금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살펴보니 몇 시간 전에 페인트칠을 한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어느 정도 말라서 옷이나 신발에 묻을 정도는 아니라 그냥 지나갔다.

투구봉 정상은 위험 방지를 위해 봉우리 가장자리를 따라 울타리가 처져있었다.

데크는 1~2인용 텐트 한 동 칠 여유 공간이 있었고

빈 땅에도 불편하지만 비스듬히 1인용 텐트 하나쯤 어렵게 칠 수 있어 보였다.

 

페인트칠 때문에 텐트 치는 것은 포기했다.

조망을 즐기다 바람은 세차고 햇빛은 따가워서 다시 돌아 나왔다.

돌아 나와 투구봉으로 진입하는 계단 바로 옆 큰 바위 옆에 텐트를 쳤다.

팩다운이 2곳만 되고 나머지는 바위 위여서 돌을 주어다  묶고

두 곳은 확장 가이라인을 이용해 울타리 기둥에 묶어서 고정했다.

바람이 워낙 강해서 텐트에 달린 모든 끈을 고정해서 텐트의 저항력을 키웠다.

 

짐을 정리해서 텐트 안에 넣고 바람을 피해 텐트 안에서 커피를 내렸다.

먹거리를 많이 가져오지 않아서 커피에 제격인 에이스를 안주 삼아 커피를 마셨다.

낙조를 볼까 나와 봤는데 시원찮다.

그래도 카메라 들고 다시 투구봉을 올랐다.

이곳은 낙조 포인트는 아닌 듯하다.

내일 가야 할 능선 뒤편으로 해가 졌다.

다시 돌아와 별사진 포인트를 찾아보느라 오늘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가

일출각을 체크하고 내일 가야 할 길로 가서 방향을 확인했지만

일출과 함께 담을만한 부재나 포인트가 마땅치 않았다.

투구봉도 은하수나 일출 방향과 각이 맞지 않았다.

 

날씨는 맑은데 산이 낮으니 대기가 탁했다.

달도 일찍 떠 있어서 초저녁에는 별사진 불가다.

은하수는 새벽 3시경이 적합한데 대기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바람 때문에 식사를 텐트 안에서 준비했다.

간단하다.

떡갈비 한 개와 만두 3.

식사 후 잠깐 나와 비금도의 단출한 야경을 구경하다 들어왔다.

기울어진 자리에 배낭과 작은 메트를 깔아 수평을 어느 정도 맞추고 누웠다.

바람이 발작적으로 텐트를 흔들었다.

밤새 화풀이 하듯 신경질을 부렸다.

폴이 휘어져 머리에 텐트 스킨이 닿을 정도로 히스테리적이다.

중간에 한 번 나와서 하늘을 체크했는데 여전히 대기가 탁했다.

바람이 불면 보통 대기가 맑은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잠을 잔 듯 못 잔 듯했는데 깨어보니 5시다.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별들은 사라졌다.

카메라를 챙겨 어제 봐둔 포인트로 자리를 옮겼다.

일출도 시원찮다.

여명도 곱지 않았다.

 

성의 없이 몇 컷 담고 텐트로 돌아와 커피를 내리고

사과와 편의점에서 산 작은 와플 하나로 아침 식사를 했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짐 정리를 했다.

투구봉과 테크 계단

 

 

 

 

일출경의 투구봉

 

 

 

 

일출경의 투구봉과 암봉 위의 텐트

 

 

 

 

막 해가 떠오르고 있다.

 

 

 

 

일출경의 비금도. 썰물 때라 너른 갯벌이 보인다.

 

 

 

 

투구봉 가는 계단. 하필 페인트 칠을 했다.

 

 

 

 

투구봉

 

 

 

 

텐트를 걷고 패킹을 마친 배낭. 에코백에 하룻밤 흔적이 담겨있다.

 

 

 

선왕산 가는 능선은 완만했다.

업다운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골이 깊지 않아서 힘들지 않았다.

조망은 사방이 계속 트여 있어서 시원스러웠다.

틈틈이 사진을 찍으며 걸었다.

비금도의 컬러는 블루다.

신안은 섬마다 컬러가 다른데 비금도는 블루로 정한 것 같았다.

작은 마을 지붕마다 블루 컬러를 입혀서

반듯하게 구획된 논과 염전과 함께 카드섹션을 연출하는 것 같았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다.

 

이정표도 잘 되어 있지만

종주 구간 중간중간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탈출로가 많아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투구봉에서 출발해서 선왕산 정상까지 1시간 20분 소요됐다.

중간에 셀카놀이를 하거나 풍경사진을 찍으며 쉬엄쉬엄 걸었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증샷을 한 후에 바로 출발했다.

110여 미터를 걷자 하누넘해수욕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이정표가 없어져서 모호했지만

나는 바로 하산하는 왼쪽 길을 택했다.

하산 날머리인 하누넘 쉼터까지 25분 정도 소요됐다.

내려오는 하단부는 한두 차례 배낭이 나무에 걸렸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른쪽 길을 택해 능선 쪽으로 좀 더 진행해서 하산했으면

20여분 시간이 더 소요됐겠지만

등산로는 더 편했을 것 같았다.

박지에서 선왕산 쪽으로 1분 걸으면 가장 좋은 조망터다.

 

 

 

 

선왕산으로~ 출발. 정면 가장 높은 봉우리가 선왕산. 오른쪽에 고서저수지.

 

 

 

 

죽치마을 내려가는 안부의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 죽치마을과 죽치저수지.

 

 

 

 

죽치 마을 내려가는 안부의 정자

 

 

 

 

죽치마을

 

 

 

 

바위 형상에 대한 느낌은 각자의 몫(나는 아기 코끼라가 엄마 코끼리 엉덩이에 딱 붙어서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능선에서 바라본 서남향의 비금도. 파란 지붕의 마을은 내촌마을이다.

 

 

 

 

선왕산 아래 선바위

 

 

 

 

선왕산 정상

 

 

 

갈림길에서 왼쪽 하트 해변 방향으로 내려서서 바라본 내촌마을과 오른쪽 하트해변. 이곳에서는 하트 모형이 보이지 않는다.

 

 

 

 

정자에 배낭을 내려두고 택시를 불렀다.

도착까지 20여분 소요된다고 해서 해수욕장으로 내려가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이 하누넘 해수욕장은 국립공원지역에 포함된다고 한다.

화장실이 있고 물이 나온다.

 

택시가 도착해서 항구로 나가는 중에 하누넘 해수욕장 전망대에 내려 사진을 찍고

기사님이 조형물을 이용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내 사진도 찍어주셨다.

감사합니다.~

 

항구에 도착하니 배가 들어와 있었다.

이번 배는 농협에서 운행하는 배인데 좌석이 있다.

바로 표 끊어서 탑승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졸다 보니 금세 암태도 남강항에 도착했다.

섬 관광이나 도초도는 다음에 한 번 더 와서 둘러보기로 하자.

하산 완료. 하누넘 쉼터 정자.

 

 

 

 

하트해변 전망대. 하누넘 쉼터에서 택시를 타고 내촌마을쪽으로 진행하면 만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트해변.

 

세상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급하게 변한다.

그러다 보니

기억도 갈수록 짧아진다.

이슈가 이슈를 덥듯

새로 생성된 기억이 지난 기억을 덥는다.

등산 모임의 여운도 마찬가지다.

채 일주일이 지나기 전 또 다른 일상의 무엇인가에 기억이 지워진다.

 

그냥 금세 지워지는 산행이 아닌

충분히 느긋하게

산과 사람과 별과 바람을 만나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산행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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