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 : 6-16
트레일 명 : 트레치메 – 디 라바레도 어라운드
트레킹 거리 : 11km
고도 : 2,176 m ~2,458 m
소요시간 : 6 시간
이동시간 : 3시간
난이도 : 하
트레일 넘버 : 101 → 105
날씨 : 맑고 - 구름 많음
온도 : 15도 ~ 29도
체감 온도 : 12도
Rifugio Auronzo(아우론조 산장) - Rifugio Lavaredo(라바레도 산장) - Rifugio A.Locatelli(로카텔리 산장)
- Malga Langalm 말가 랑갈름 산장 - Forcella del Col de Mezzo (코르셀라 델 콜 데 메조. 메도 언덕)
- Rifugio Auronzo(아우론조 산장)
캠핑장에서 1시간 일찍 출발했다.
주말이고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라 이곳 도로도 체증이 일어난다고 한다.
7시 25분에 아우론조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다행히 한가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를 꺼냈다.
동쪽과 서쪽에 운해가 넘실대고 있었다.
일출 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아직은 빛이 순했다.
쓸만한 사진을 건질 기회였다.
한참 동안 서쪽과 동쪽을 향해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배낭을 산장 앞에 벌려 둔 체 사진에 몰두했더니 진경이가 챙겨 왔다.)
날씨는 더없이 좋았다.
한참을 풍경과 대원들 사진을 찍었다.
어제의 플라토 피아자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오늘의 풍경은 거칠고 날카로운 암봉미다.
트레킹은 산장을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동쪽)으로 시작한다.
트레일 넘버 101을 따라가는 길이다.
어느새 사람들이 많아졌다.
트레일이 왁자지껄해졌다.
급할 것이 없는 여정이다.
뷰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으며 느긋하게 걷는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트레일은 연신 구름이 넘나들었다.
트레일이 이어지면서 트레치메도 계속 모습을 바꿨다.
트레치메 정상은 구름이 쉽게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어서
전체 모습을 제도로 감상할 수 없었다.
트레킹 시작 35분이 지난 8시 25분에 라바레도 산장에 도착했다.
커피와 맥주를 시키고 테이블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를 들고 트레치메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트레일은 큰 굴곡 없이 수평으로 이어지다
라바레도 산장을 지나 방향을 바꾸며 작은 언덕을 오른다.
언덕을 오르며 아우터를 벗었다.
구름이 트레치메뿐 아니라 주변 암봉들 사이로 넘나들었다.
길은 쉬운데 지루할 틈이 없는 트레일이다.
언덕을 넘어서 정북방향으로 진행방향이 바뀌자 환경이 달라졌다.
겨울에 내린 많은 눈이 녹지 않았고
아직도 3미터 정도 높이로 쌓여 있어서
눈을 뚫어 트레일을 이어놨다.
눈 사이를 지나가자 선선했다.
트레치메가 다시 모습을 바꿨다.
뷰포인트를 찾아 트레치메를 배경으로 한참 동안 기념사진을 찍었다.
개인 사진은 복불복이다.
빛이 들었을 때 찍힌 대원의 사진은 퀄리티가 확실히 좋다.
트레킹 내내 이렇게 즐거웠다.
유머와 장난기와 사진 연출의 순간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요구하면 다 해준다.
여행이 주는 관대함이다.
로카텔리 산장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준비한 주먹밥을 먹었다.
산장은 아직 시즌 오픈 전이다.
대원들은 유명한 뷰포인트인 산장 위 동굴 포인트로 사진 찍으러 가고
나는 산장 의자에 앉아서
트레치메 정상에 머물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구름멍을 했다.
로카텔리 산장에서 트레일 넘버 105를 따라간다.
101이 더 쉬운 길이지만
걱정했던 일부 대원들의 컨디션이 괜찮아서
105로 향했다.
나는 잠깐 옷을 갈아입느라 늦게 출발해서
구불거리며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고
언덕으로 조금 진행해서 바로 아래까지 한 번에 다운했다.
대원들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있어서 길 옆에 핀 야생화를 담았다.
트레치메 반영을 담을 수 있는 넓은 습지를 지나 사면을 올라선 후 잠깐 휴식하며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걷는 것은 각자의 속도로 걷는다.
빠른 대원은 먼저 가서 쉴만한 곳에서 기다려준다.
걸음이 느린 대원들은 먼저 출발한다.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말가 랑갈름 산장에 12시 30분에 도착했다.
맥주와 커피, 케이크를 시켰다.
이곳에서 아우론조 산장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릴 것이다.
아우론조 산장에서 2시 픽업이니 여유가 있었다.
30분을 여유 있게 수다 떨며 트레치메를 감상했다.
참 멋지다.
트레치메도 멋지고 주변 암봉들도 멋지다.
트레일은 갈라지고 이어지며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콜데 고개에 올라서자 조망이 더 시원해졌다.
트레치메의 건너편인 서쪽과 남쪽의 산들도 공룡의 등뼈처럼 거칠고 강렬했다.
트레일 내내 등반욕구가 가시질 않았다.
한 번쯤은 더 와서
백패킹을 하며 저 바위산을 등반해보고 싶었다.
2시.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6시간 소요 됐는데
노는 시간 3시간
걷는 시간 3시간이다.
대략적 기획을 하고
대원을 모집하고
자료 수집해서 세부 계획을 세우고
대원들 역할을 정해서 준비를 하고
떠난다.
혼자 하는 여행은 무계획으로 떠날 때가 많지만
누군가와 같이 떠나는 여행,
특히 장기 원정등반이나 트레킹 같은 여행에서
계획은 필수다.
물론 개인적으로 디테일한 계획을 선호하지 않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계획 수립의 목적은 방향 제시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계획대로 된다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계획서를 제법 디테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추진일정까지 짜서 체크를 해야 준비과정이 원활하다.
하지만 이런 예비 과정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원들 간의 팀워크이다.
여행사를 통하면 나만 챙기면 돼서 걱정할 것이 별로 없지만
이번 여행은
캠핑 생활을 기본으로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니 팀워크가 좋지 않으면 여행을 망치게 된다.
텐트 생활, 요리, 설거지, 장보기, 술 마시기, 잘 놀기, 일정과 코스 체크, 트레킹 준비하기 등
같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래서 서로 배려하며 생활하는 것이 성공적인 여행의 관건이 된다.
초반의 미세한 불만들은 날이 갈수록 대원 개개인의 큰 장점들이 빛을 발하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지나갔다.
" 나만 잘하면 된다."
돌로미테의 풍광과 더불어
캠프식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매일 즐거웠고
매일이 맛있었다.
모두 고맙다.
'세상 밖에는 > 알피니즘의 요람 알프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로미테 트레킹 #5 - 알타비아 1(페데루 산장 - 카파나 알피나 레스토랑 ) (10) | 2024.07.23 |
---|---|
돌로미테 트레킹 #4 - 알타비아1 (말가 라 스타우 - 페데루 산장) (2) | 2024.07.19 |
돌로미테 트레킹 #2 - 플라토 피아자 Prato Piazza (0) | 2024.07.14 |
돌로미테 트레킹 #1 -개요 (2) | 2024.07.09 |
마터호른 - 2 (0) | 2017.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