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다렸던
늘 그려뒀던 상황을 만났다.
새벽 5시 30분.
새벽 두시를 넘어서 잠들었는데 한번도 깨지 않고 깊게 잠들었나보다.
밤새내린 이슬로 침낭 커버가 눅눅하게 젖어있다.
아직 하늘에는 별들이 남아 있었다.
침낭에서 몸만 빠져나와 밤새 바람을 막아줬던 바위 위로 올라섰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반야봉과 노고단 종석대를 잇는 선을 경계로
만복대와의 간격사이에 깊고 넓게 흘러들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다.
서둘러 카메라를 셋팅하고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한체
고리봉을 타고 넘어 산수유 마을로 추락하는 구름의 춤사위를 담기 시작했다.
동쪽 방향의 상황은 대단했다.
지리 주능 전체가 구름바다 위에 떠 있었다.
바람이 세차서 기류에 눌린 구름이 가끔 요동을 쳤다.
그 또한 잔잔함보다 맘에 드는 상황이다.
여명을 지나 세석평전위로 해가 떠 올랐다.
처음 고정했던 프레임에서 벗어나 천왕봉과 반야봉 쪽으로 프레임을 바꿨다.
태양이 들어가는 사진을 선호하지 않지만 그쪽 상황이 너무 강렬해서 삼각대를 접고
여러 상황에 민첩하게 셔터를 눌렀다.
작년 덕유의 14시간처럼 변화막측한 상황들이 3시간 넘게 이어졌다.
500여컷이 담겼고
그런대로 괜찮은 그림들이 잡혔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딱,한장의 사진이 없다.
디카가 주는 가벼움....
딱, 한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뒤
프레임을 한 곳에 고정시킨 후 끈기있게 기다리고 노출과 심도 등에 변화를 주며
단 한 컷을 잡아내야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한 두 차례 프레임을 변경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아예 삼각대에서 벗어나 순간순간에 집착하게 되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 할 수는 있으나
원하는 딱 한장의 사진을 얻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 한장을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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