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바라 본다는 것
산의 향기를 맡는다는 것
엄마 품에 안길 수 없는 나이에
어머니 품 같은 산에 안겨 잠들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축복이다.
저 멀리 날 품어줬던 지리의 반야봉이 보인다.
산과 산 사이로 옅은 구름이 지나며
산주름이 잠시 펴졌다.
산에서 숙하지 않고 담은 유일한 사진이며
산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한 8컷 중의 한컷이다.
사실 이 사진은 당시 아침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보이는 것 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는데
그대로 담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산이 주는 표정 중 아주 온화한 모습이 담겼다.
거칠지 않은 능선과
따뜻한 색
그리고 부드럽게 흐르는 구름.
지리의 일출.
동풍이 불어야만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전날 일기예보를 보고 밤에 산을 오르기 시작하여 별을 보며 잠들었다.
외로워야 사물을 정확하게 직관하게 된다.
그 외로움이
산을 온전하게 느끼게 하고
산의 언어를 듣게 한다.
반야에서 시작하여 천왕까지 지리의 주능이 담겼고
주능과 서북능 사이로 구름이 거친 파도처럼 흘러들었다.
세석평전 위로
외로웠던 가슴 데워줄 해가 떠올랐다.
두 번째 사진과 같은 장소에서 담았다.
한순간 옅은 안개가 몰려들어 시야를 가렸다.
지리를 담는 사람과 바라보며 느끼는 사람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크로즈업했다.
옅은 안개를 태양 빛이 투과하면서 세상이 붉어졌다.
부드러운 산의 흐름이 실루엣으로 잡혔고
사진가와 관람자의 모습도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12컷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다.
좁은 골을 통과한 구름이 한꺼번에 쏟아져 흘렀다.
일출 빛이 측광으로 들어
구름 일부가 분홍과 노랑의 중간 색을 만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물했다.
반야에서 흘러내린 능선은 잠시 노고단으로 유연하게 올라 섰다가 구름 속으로 지워지고
구름은 폭포처럼 산수유 마을로 쏱아지다 사라졌다.
배낭 속에 너어둔 14mm광각이 아쉬웠던 순간이다.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cut 2014 - wildflower 1 (0) | 2014.12.02 |
---|---|
12cut 2014 - mountain 3 (0) | 2014.11.26 |
빼기의 미학.....압축미 (0) | 2014.11.03 |
단, 한장의 사진 (0) | 2014.10.14 |
사진이야기 -- 아홉 번째 (0) | 2013.11.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