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나무
(봄날, 흔들리는 바람을 따라 빛이 들고 났다. 비탈길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흔들리는 나를 붙잡고 싶었다)
지인으로부터
파나마 게이샤 에스메랄다 커피를 선물 받았다
최고의 커피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자웅을 겨루는,
에스메랄다 농장의 케이샤커피.
고가의 커피라 선뜻 구입해 마시기가 쉽지 않아서
작년에 딱 한번 구입해서 마셔봤었다
모닝커피는
칼리타와 하리오 드리퍼를 써서 두 잔을 내렸다
칼리타 드리퍼는 1분 15초 뜸을 들였고
하리오 드리퍼는 1분 뜸을 들였다
분쇄는 평균보다 두 단계 정도 가늘게 했고
추출은 두 잔 모두 2분 30초 이내에 끝냈다
가장 중요한 로스팅은 육안으로 보거나 드립 시의 상태로 볼 때 시티정도.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특별한 맛이나 향이 아니라는 것.
블루마운틴도 처음 마셨을 때
전혀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게이샤 또한 마찬가지 느낌이다
그것은 아마
대부분
쓰거나
신맛의 커피에 길들여진
다르게 말하면 자극에 길들여진 혀에게는
고급 음식이지만
맵지도 짜지도 않은 맛 같다고나 할까.
케이샤커피는
아라비카종의 변이종으로
아라비카종과 다른 독특한 맛을 내며
완벽한 밸런스와 무거운 바디감
적당한 산미와 꿀과 재스민이 곁들여진 향
그리고 화이트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과일향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립 된
커피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입안의 상태도 중요하다
양치 후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후는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을 감별하기 어렵다
공복에 입만 헹구고 마셨는데
묵직한 바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밸런스가 뛰어나서
쓴맛이나 신맛이 튀지 않았고
은은하면서도 약한 단맛이 느껴졌다
그래도 칼리타로 추출한 것이 조금 더 묵직했다
오후에는
칼리타 드리퍼에
분쇄를 오전보다 두 단계 굵게 해서 물 빠짐에 유의했고
1분 뜸 들인 후
2분 안에 추출을 끝냈다
역시 공복에 마셨고
잔에 담긴 커피의 온도는 70도 정도
65도에서 55도 사이에 가장 정확한 맛을 느끼는 나로서는
첫 온도로 적당했다
향은 역시 은은하고
바디감은 무겁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정도
온도가 내려가자
산미가 조금 더 강해지는 듯했고
와인처럼 약간 떫은맛도 느껴졌다
잔이 비워지고 완전히 식은 후
잔향은 달달했다.
전문가가 아닌지라
한 두 번 마셔보고
커피의 정확한 맛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드립 또한
어떤 드리퍼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온도가 적당한지
분쇄는 어느 정도 굵기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고가의 커피라
자주 대할 수 없어서
그에 걸맞은 드립법을 내가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아직
6~7잔을 내릴 기회가 있으니
제대로 된 맛을 느껴보고 싶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로스팅이 조금만 더 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
귀한 커피를 선물해준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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