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사소한, 그래서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들에 대 한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사진을 담기위하여 잠시 호흡을 멈추면 금세 산소공급에 문제가 생겨 생체리듬이 깨진다.
특히 고산에서는 단순히 호흡하는 것만으로 하루 많게는 4리터의 수분이 몸에서 증발한다.
한줌의 공기, 물 한 모금이 소중한 존재가 된다. -
라마호텔에서 랑탕마을 가는 길은 이 계곡에서 첫 설산을 만나게 되는 길이다.
그것도 이 계곡에서 가장 높은 랑탕리룽을 만난다.
랑탕리룽은 내 영원한 산 스승이신 건중형이 한국 초등, 남서릉루트로는 세계초등을 한 곳이라 더욱 의미 있는 산이다.
건중 형은 우리나라 고산의학의 최고권위자다.
중학교 때부터 등산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암벽, 빙벽, 고산등반을 하고 있다.
숫한 원정등반에 대장으로 참여하여 좋은 성과를 이루어냈고
등산학교 교장을 엮임하며 후배산악인들을 양성하기도 하였다.
고교시절 등반하는데 지장을 덜 받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하여 의대, 그것도 마취과로 진학하였을 만큼 산에 대한 사랑이 특별한 산악인이다.
라마호텔에서 랑탕마을 가는 길은 랑탕리룽을 왼쪽에 두고 랑탕리룽의 서쪽부터 동쪽을 향하여 가는 길이다.
등반은 어렵지 않다.
아니 엄격하게 말하면 등반이라기보다 트래킹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날씨는 맑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얇은 얼음이 얼어있는 걸로 봐서 밤에는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운행 중 오전 10시30분까지는 조금 추운 느낌이었으나 10시30분을 넘어서면서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고도 3,020의 고라타블라는 정오 무렵의 온도가 18도 정도로 기분 좋은 선선함이 느껴졌다.
고라타블라까지는 느릿하게 걸어 3시간 30분 걸렸다. 고라타블라는 목장이라는 뜻이다.
목축을 하는 서너 채의 집과 롯지가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한 돌 울타리로 경계가 처진 오밀조밀한 목초지에서 야크들은 마른 풀을 뜯으며 평화로웠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계곡 양옆, 아득한 산 주름 사이로 옅은 안개가 스며들고 있다.
산은 그렇게
하늘과 계곡과 목장과 야크와 허술한 롯지와 그 곳을 지나온 우리의 그림자와 어울려 멋진 수묵화가 되어 있었다.
우리 등반대는 그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한 점의 사물이 되어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
고라타블라에서 랑탕마을까지는 목초지가 계속되는데 2시간이면 갈수 있다.
하지만 급할 것이 없는 트래커에게는 4시간이 걸렸다.
동혁이는 오전부터 발목을 아파하면서도 잘 참고 걸어주었다.
라마호텔에서 랑탕마을 까지는 고도 1,000m을 올려야 한다.
연 이틀을 1,000m 씩 올리지만 이 구간이 어제보다 훨씬 쉽고 편안했다.
오후가 되면서 산은 내 사진 적 감성을 충분히 충족시킬 만큼 멋진 모습을 연출해주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게 선이고 빛이었다.
산도 말라버린 풀도 흐르는 구름도 허물어진 돌담도 어색하지 않은 선이 되고 빛이 되어 그림이 그려졌다.
등반은 아름다움과 자유를 즐기는 것이다.
스스로도 모르게 아퀴가지어진 정도(正道)라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정도를 벗어난 삶에서도 배울 것은 너무 많다.
나는 다행이도 이 정도를 벗어난 곳에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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