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천화대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도시, 농촌, 사무실, 공사현장,
각종 행사장
산에도 바다에서도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기호식품이 되었다
시골 면 단위에도 커피점이 두 세 곳 씩 들어서고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77잔에 이르며
커피판매시장은 6조4천억 규모에 이른다는 정부의 통계자료만 봐도
우리나라 국민의 커피 중독을 짐작할 만하다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커피의 기본적인 맛은 쓰다
그럼에도 그 쓴 커피를 사람들이 장소나 시간불문하고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휴식의 의미일 것이다
잠시 일손을 놓고
커피 향을 맡으며 여유를 찾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은
멈춤의 시간이고
다시 충전의 시간이며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포상 같은 것이리라.
같은 커피가 드리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감별하면서 맛보기 위하여
아침마다 종류가 다른 드리퍼를 써서 커피를 두 잔씩 내린다
하리오와 고노
칼리타와 메리타 등
성격이 전혀 다른 드리퍼를 사용해서
드립하고
아내와 함께 맛을 비교하지만
뚜렷하게 맛의 차이를 분별해 내기는 쉽지 않다
'이게 조금 더 부드러운 것 같네'
'이게 산미가 더 강한데' 정도의 구별을 할 뿐이다.
다만
오랫동안 커피를 드립 해서 마시다 보니
원산지에 따라 커피의 맛이나 향이 조금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대부분 산미가 강하고 과일향이 나지만
그 산미가 풋과일처럼 경쾌하다
케냐 커피는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인데
산미 또한 잘 익은 과일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낸다
콜롬비아 커피는 달달하면서도 부드러운 특징을 지녔고
하와이안코나는 유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좋다
파나마 게이샤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워낙 고가라 서너 차례 밖에 맛을 보지 못해서
정확한 맛을 알지 못하지만
특별한 특징을 찾을 수 없는 밋밋한-또는 은은한- 느낌이랄까
전문가들에 의하면-콤플렉스(매우 복합적인)-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밸런스가 뛰어나서
튀는 맛을 느낄 수 없는 커피일수록 좋은 커피라고 하니
케이샤나 블루마운틴이 그런 커피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뿐.
요 며칠은 ''케냐 마사이AA'스페셜티와
노블레스 라인의 '콜롬비아 몬테 블랑코 핑크버번'을
비교하면서 맛을 봤는데
두 커피 모두
쵸코렛과 캐러멜 향에
부드러운 산미를 지녔고 바디감이 뛰어나다
다만 '케냐 마사이'에 비해
'콜롬비아 몬테 블랑코 핑크 버번'이 달달한 맛이 더 느껴졌다
커피란
디테일한 맛의 감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커피가 내어주는
시간과 여유만으로
소소한 맛의 차이 정도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다
또한 커피의 맛은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이 달라진다
산정의 아침에
붉은 여명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비 오는 숲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 향으로 채워진 텐트 안에서 마시는 커피,
억새가 흔들리는 마루금의 어느 안부에서
달 빛과 별 빛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위 사진처럼
설악의 바윗길-천화대 릿지- 등반 중 왕관봉 5~6m 아래 테라스에서
비박한 후 새벽 설악의 암봉들을 굽어보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루왁이나 케이샤, 블루마운틴 같은 그 어떤 고가의 커피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황홀한 맛이다.
자 최고의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
산으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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