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사지에서 모산재 주차장 쪽으로 200여 미터 작은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기적길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가 들머리다.
이 들머리에서 돛대바위까지는 1km.
모산재까지는 1.3km다.
50여 일 만에 다시 찾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고 8명이 같이했다.
산청읍 식당에서 12시에 만나 점심식사 후
하나로 마트에 들러 간단하게 장을 봐서 영암사지에 도착했다.
계획대로 2시에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 박지인 돛대바위 위 무지개터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해서
천천히 올랐다.
반바지 차림인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으로 샤워를 한 것 같았다.
돛대바위 전에 무릎수술 후 처음으로 산행하는 일행이 있어서 한차례 쉬었다.
시원한 음료와 냉막걸리 한잔씩 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돛대바위에 올라 바위그늘에서 쉬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수다를 떤 뒤에 100여 미터를 올라
무지개터에 올라섰다.
여기가 오늘 박지다.
돛대바위 근처는 2~3동의 텐트를 칠 수 있는데
아침이면 일출 보러 오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불편하다.
특히 주말에는 일반 등산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6동의 텐트를 쳐야 해서 등산로를 피해 주변 빈터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조금 너른 공간에 베이스를 만들어
탁자와 의자를 펴고 모여 앉아 오랜만에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오늘의 술은 복분자주, 오미자주, 맥주, 막걸리 등 다양하다.
이른 시간에 박지에 도착한 데다
날씨는 덥고
하늘은 일기예보와 달리 잔뜩 흐렸다.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은하수를 담기 위해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져온 일행이 4명이나 되는데
날이 계속 나빠서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했다.
아침도 마찬가지.
뿌연 대기 속에서 해가 떠올랐다.
사진을 찍지 못하는 대신 같이 모여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산이야기, 사진이야기, 음악이야기 등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또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다.
빵과 과일 탁자를 가져와 조망 좋은 바위턱에 앉아
커피를 내려 아침식사를 했다.
200 그렘의 커피를 가져왔는데 도착해서 내려 마시고
아침에 내렸는데 부족했다.
다들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특히 아침,
산정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마시는 커피는 더할 나위 없이 '맛지다'.^^
볕이 뜨거워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짐을 정리했다.
흔적들을 모두 담았다.
9시가 되기 전 하산을 시작했다.
순결바위 쪽 바위능선을 따라 하산하여 출발했던 영암사지에 도착하는 길이다.
어렵지 않은 길이고 볼 것이 많은 길이다.
어제 올라왔던 길들이 보이고 돛대바위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기념사진도 찍고
충분히 조망을 즐기면서 내려왔다.
노르웨이 트롤 퉁가는 아니지만
비슷한 흉내를 내며 담력 인증샷을 해본다.
대부분 무서워하지 않고 해낸다.
다들 암벽등반도 같이 즐기는 친구들이라 이 정도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았다.
능선 마지막 지점인 순결바위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능선 길이 끝났다.
여기서부터는 급한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무지개터에서 시작해서 순결바위를 거쳐 영암사지까지는 1.7km 정도다.
어려운 길은 없지만 순결바위에서 아래로 내려서는 길은 조금 경사가 심한 편이다.
내려오면서 후미와 거리가 벌어져 가마터에서 잠깐 쉬었다가 내려왔다.
같이한 산친구들도 이제 나이가 오육십대다.
여전히 자기 위치에서 나름대로 즐거운 등반을 하고 있다.
가끔 이렇게 만나서 같이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10년 정도 더 이렇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송처럼 아름답게.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거든
왜?라고 물어라.
즐겁거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한다.
즐거울 것 같지도
특별한 가치도 없으면 하지 않는다.
간단하다.
즐거웠는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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