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산이 부르는 것 같았다.
점심 먹고 뭐에 홀린 듯 배낭을 꾸렸다.
2시 반에 출발했다.
접근성이 가장 좋은 태고사를 들머리로 하기로 했다.
칠성봉까지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거리도 가깝고 시간도 절약되겠지만
이 끈적거리는 습도도 속을 땀에 흠뻑 젖으며 걸어 보고 싶었다.
여름배낭은 가볍다.
18kg 정도다.
태고사광장에서 5시 10분에 출발했다.
쉬지 않고 걸었더니 낙조대 능선 갈림길까지 38분 소요됐다.
마천대 방향으로 400m 지점에 있는 칠성봉으로 쉬지 않고 걸었다.
바로 근처의 낙조대 능선 쪽에 텐트를 쳐도 되지만 오늘은 칠성봉이다.
출발할 때 이미 그늘이었는데
칠성봉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다.
광장에서 칠성봉까지는 1시간이 체 걸리지 않았다.
배낭을 내려 두고 주변을 돌아봤다.
아래쪽 플라이빗 사이트에 텐트를 칠까 하다
날이 좋으면 은하수를 담아 보려고 그냥 칠성봉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대둔산은 별사진 찍기에는 광해가 너무 심해서 적당한 곳은 아니다.
해가 저물 무렵 텐트를 쳤다.
대기가 너무 탁해서 사진 찍을 재료가 없어서 셀카놀이를 하며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운동을 했으니
오늘도 닭가슴살 스테이크와 컵반이 메뉴다.
운동량에 비해 조금 부족한 열량이지만
하루 정도는 적은 식사도 괜찮다.
밤새 대기가 탁해서 별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별사진과
일출사진은 빨리 포기했다.
평일에도 몰려들던 사진가들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는 백패커도 없어서 온전한 고립 속에서
밤새 짝지어 울어대는 새소리에 잠을 깼다 들었다 했다.
밤인데도 기온이 크게 덜어지지 않았다.
반바지 차림으로 시작했는데 저녁과 아침에도 춥지 않아서 출발한 옷차림으로 지냈다.
탁한 대기 속에서 해가 떴다.
빛이 퍼지질 못하고 태양 주변만 조금 붉었다.
사진대신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 아침을 즐겼다.
낙조산장 능선에 사람소리가 들렸지만 칠성봉 근처에는 누구도 오지 않아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적당히 틀어두고 음악을 들으며
암봉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의 아침을
넉넉한 기분으로 즐겼다.
날이 좋지 않아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대신
넉넉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고
그런 시간이야말로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힐링타임이다.
기록사진 몇 컷만 담았다.
충분한 아침 시간을 누리고
아래쪽으로 내려와 셀카놀이를 잠깐 했다.
산에 다녀왔으니 기록으로 남길 사진 몇 컷은 남겨가야 한다.
텐풍샷도 몇 컷 담고
바위틈에 핀 꿩의다리도 몇 컷 담았다.
원추리는 아직 피지 않았다.
칠성봉 아래 장군바위 포인트 쪽으로 가는 바위로 내려와서
셀카를 몇 컷 찍었다.
나름 재밌다.
밤새 바람이 종종 불기는 했지만 텐트 방향이 아니어서
양쪽 문과 한쪽 측면만 팩다운 대신 돌덩이에 묶어둔 텐트가 흔들리지 않았다.
사과 1개와 달걀 2개
편의점에서 사 온 작은 빵 2개, 요플레 1개
그리고 드립 한 커피 한잔이 아침식사다.
최고의 뷰에서 즐기는
블랙퍼스트다.
금세 아침볕이 따가웠다.
텐트 속의 물건들을 다 꺼내고 텐트를 털어낸 후 반대편으로 돌려 이슬을 말렸다.
짐을 패킹하고 다 마른 텐트를 배낭 상단에 노출로 고정했다.
주변의 흔적들을 지워 비닐봉지에 담아 배낭에 매달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갈 때는 아래쪽 등산로로 내려선 뒤 다시
다른 봉우리로 올라가 용문골 삼거리까지 봉우리를 따라 내려갔다.
천천히 지형을 관찰하고 아름다운 동행길 릿지도 더듬어보며
천천히 내려갔다.
그래도 하산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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