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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에는/알피니즘의 요람 알프스

돌로미테 트레킹 #8 - 알페 디 시우시

by akwoo 2024. 8. 5.

7일 차 : 6 - 21

트레킹 거리 : 10.5km 

고도 : 1,846 m ~2,093 m

소요시간 : 4시간 35분

이동시간 :  2시간 15분

난이도 : 하

코스 넘버 : 6, 2 혼용(※6번을 계속 따라가다 되돌아 옴

날씨 : 구름 많고 어쩌다 비

온도 : 19도 ~ 32도

체감 온도 : 26도~ 22도

 

Alpenhotel Panorama 파노라마 호텔 - Ristorante Laurinhütte - Bench (NO 2 Trail) - Goldknopf alpine lifestyle Hotel 호텔 골드크노프 - Edlweiß Hütte 에델바이스 산장 - Alpenhotel Panorama 파노라마 호텔

 

 

파노라마 호텔 진입 과정에서 곡절이 있어

아홉 시 오십 분경 파노라마 호텔에 도착했다.

개인 렌터카로는 산장 예약자 외에는 올라갈 수 없다.

영업 렌트카(렌트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는 가능하다.

고산 호텔숙박자가 아니면

대부분 오르티세이의 '몽쉑 알페 디 시우시' 곤돌라 탑승장을 이용하거나 트레일을 따라 올라간다.

 

알페 디 시우시는

돌로미테의 초록의 심장이자 고원의 여왕으로 불린다.

북부 돌로미티 산맥의 해발 2,000 m 지역에 위치한 

 56 Km² 거대한 초원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알페 디 시우시 대초원에 대한 첫 느낌은

아내와 함께 꼭 와봐야 할 첫 번째 장소가 이곳이라는 것이다.

천상계가 있다면 바로 이 곳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출발 전 산장에서 맥주와 커피를 시켜서

준비 운동 대신 심장을 웜업시켰다.

갈라진 트레일을 따라 트레커들과 마운틴 바이커들이 제각각의 길과 속도로 지나갔다.

맥주와 커피를 마시며 그런 모습을 모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초원에서 단체 사진 한 컷 하고 우리도 출발한다.

출발~ . 긴 바지는 60대, 반바지나 반바지에 레깅스는 50대.

 

 

 


파노라마 호텔에서.

 

 

승원이가 대원들을 인솔하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가고

승철이와 나는 남서 방향의  Sciliar 시실리아 산군의 최고봉인 몬테 페즈 산 방향의

트레일을 따라갔다.

몬테 페즈를 하이킹하기보다는 그 방향으로 돌아서 가도 일행과 만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레일 양 옆은 온통 꽃천지여서

꽃길만 걷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싶었다.

중간에 길을 확인했다.

육안으로.

여러 개의 트레일이 이어져 거리는 멀어도 이 방향으로 진행해서

충분히 따라잡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길은 몬테 페즈를 오르는 길과 완전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트레일 뿐이고

나머지 길은 중간에 다 끊겨 있었다.

돌아가야 한다.

'눈에 보인다고 다 길이 아니다.'

오늘의 소소한 깨달음이다.^^

돌아갔다.

꽃 길만 걷는 승철.

 

 

 

 

꽃 길만 걷는 승철. 

 

 

원목 그대로를 깎아 만든 벤치가  있는 갈림길 -구글 지도상에 Bench(NO2 Trail)이라고 표기된-에서

대원들이 간 방향으로 쫓아 갈지

반대 방향으로 가서 만날지 고민하다 반대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호텔 골드코노프를 지나자 바로 아래 작은 호수가 있고 그 위에 작은 카페가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우리는 산장 입구 벤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로 했다.

준비해 온 햄버거와 콜라로 점심을 먹고 기다렸다.

트레커들이 주변 벤치에서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귀국해서 알았지만 이 에델바이스 산장과 주변 풍경이 유명한 곳이었다.

그냥 이곳에서 하루종일 멍 때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멋진 곳으로 소문난 곳이라고 한다.

 

작은 호수와 산장뿐 아니라 동동남 방향의

싸쏘 룽고의 암봉들이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모습도

파노라마 호텔 방향의 유체밭 같은 야생화 가득한 초원과

그 사이로 이어지는 여러 트레일과

그곳을 지나는 형형색색의 트레커들과

마운틴 바이커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어떤 특별한 자연 현상을 보는 것 같이 경이로웠다.

벤치(트레일 No2)

 

 

 

 

에델바이스 산장 입구. 오늘은 결혼식이 있어서 일반 손님을 받지 않았다.

 

 

 

 

에델바이스 산장 아래 호수. 호수 건너편 두 채의 목조 건물이 에델바이스 카페다. 호수 건너 편 왼쪽에 보이는 암봉이 싸쏘 룽고.

 

 

 

낭만 가득한 에델바이스 산장.

 

 

호수를 둘러보고 산장도 들러 1시간 반쯤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어서 전화를 해봤더니

호텔 골드코노프 근처에 막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가 기다렸던 방향에서 온 것이 아니다.

9명이  다 모이자 다시 왁자지껄 해졌다.

트레킹 내내 여성 대원들만 점프샷을 했는데

남성 대원도 해보라 한다.

도가니 성한 대원이 별로 없는데~ ㅋㅋ

장풍 샷. 제일 가벼운 나만 날아간다. ㅋㅋ

 

 

 

점프 샷.

 

 

 

바람과 야생화.

 

 

파노라마 호텔로 회귀하는데 비가 내렸다.

우의를 꺼내 입고 목장 건물 처마 아래서 비를 피했다.

비는 금세 그쳤다.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회귀하는데 이 트레일에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상상 이상이다.

잠깐 내린 비를 피해서. 대원이 담은 사진.

 

 

 

꽃밭.

 

 

 

2000년에 몽블랑을 등반하러 알프스에 갔었다.

알피니즘의 요람이라 불리는 프랑스 샤모니가 내 첫 알프스다.

처음이 주는 그 격렬한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알프스를 갔었고 히말라야와 러시아등으로 등반을 다녔다.

하지만 내내 첫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갈수록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돌로미테, 그중 알페 디 시우시의 대초원에서

진짜 아름다움이란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름다움'의 정의가 새로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어느 순간 정체 되었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 충만해졌고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개정되었다.

10개의 트레일 중

내 개인적으로 이곳이 최고였다.

탁 트인 광활한 개방감

흐르는 듯한 입체감을 만드는 구릉

초록의 바탕에 노랑 물감을 드리핑한 것 같이 채색된 초원

개울물이 흘러가는 것 같이 이어지는 트레일

초지 곳곳에 세워진 목조 건물들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의 암봉과 숲

그냥 모든 사물이

그림 속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꽃밭 사이로. 뒤로 파노라마 호텔이 보인다.

 

 

 

 

범꼬리 핀 초원.

 

 

 

 

유체꽃이 핀 듯한 초원.

 

 

 

 

꽃밭의 여인.

 

 

연신 셔터를 누루며

파노라마 호텔에 도착했다.

30여 분 시간이 남았다.

맥주를 시켜 맥주컷과 하트컷을 찍으며 

알페 디 시우시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파노라마 호텔.

 

 

따로 진행한 대원들 트레일. 대원이 담은 사진.

 

 

 

따로 진행한 대원들 사진. 대원이 담은 사진.

 

 

알페 디 시우시 트레일은 원점회귀를 해도 다양한 확장성이 있는 곳이다.

그냥 초원을 가로질러 에델바이스 산장 부근에서 멍 때리고 와도 좋고

체력이 되면

트레일 넘버 6을 따라가 아래 지도 노랑 화살표 방향으로

몬테 페즈를 하이킹하고 바위 능선을 따라 티레스 산장으로 내려와

주황색 화살표 방향으로 원점 회귀 하거나

티레스 산장에서 계속 노랑 화살표 방향을 따라 에델바이스 산장 방향으로 회귀코스를 잡아도 된다.

 

한 번은 더 가볼 것이다.

그때는 몬테 페즈에 텐트를 치고 일출을 보고 싶다.

아레 디 시우시 트레일 개념도. 클릭하면 크게 보인다.

 

 

 

운행 궤적. 플레이를 누르면 작은 점 하나가 움직인다.

 

알페_디_시우시_2024-06-21_1020.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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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테 트레킹 #9 - 싸쏘 룽고 어라운드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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