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차 : 6 - 23
트레킹 거리 : 9.32km
고도 : 2,064 m ~2,437 m
소요시간 : 3시간 49분
이동시간 : 2시간 14분
난이도 : 하
코스 넘버 : 601
날씨 : 흐리고 비
온도 : 8도 ~ 27도
체감 온도 : 5.6도~ 7.8도
Hotel Savoia - Passo Pordoi 파쏘 포르도이 - Croce campestre - Rifugio Fredarola 프레다로라 산장
- Rifugio Viel Dal Pan 비엘 달 팡 산장 - Lago Fedaia Viewing Area 페다이아 호수
하루 쉬면서 자유시간을 갖을까 했다.
당초 계획 때 이틀 정도 예비일이 있었다.
캠핑장에서 쉬거나 계획에 없는 트레킹을 하거나 하려 했었다.
알타비아 1 트레일 일부가 추가되면서 예비일이 지워졌다.
운동 후의 휴식이 운동의 일부이듯
하루 이틀쯤은 쉬거나 자유 시간을 갖는 것도
여행의 일부다.
한 두 개 덜 본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그래서 고교시절 몰래 학교를 빼먹듯 어딜 가던 한 두 차례 일정을 빼먹곤 한다.
여행은 여유다.
규칙과 정해진 시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규칙속에서 일을 하고 그대가로 우리는 급여를 받는다.
그렇게 받은 급여로
그 규칙과 정해진 시간이라는 구속으로부터 잠시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런데 여행 중에도 습관처럼 계획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원들은 날이 흐려도 그냥 일정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일정 내내 여유가 있었기에 꼭 쉴 필요는 없다.
밤새 간간히 폭우가 내려서 승원이와 승철이는 자동차로 피난했다.
승원이는 오늘 귀국해야 해서 같이하지 못한다.
비 때문에 10시에 출발했다.
트레일이 캠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평소보다 2시간 늦게 출발해도 괜찮다.
파쏘 포르도이에 도착하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비옷을 꺼내 입었다.
트레일은 약한 경사의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조금 오르자 언덕 돌출부에 작은 성당이 하나 서있다.
대원 중 교인들은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성호를 그렸다.
비를 품은 안개가 밀려들었다.
바람이 거세지는 않았지만 기온이 낮아서 체온을 빼앗아갈 정도는 됐다.
움츠리고 언덕을 오른다.
사진 찍느라 늦게 갔는데 앞서 가던 대원들이 돌아왔다.
트레일에 눈이 너무 많아서 위험해 보인다고 돌아가자고 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트레일을 따라 가자 얼마 되지 않아 산 능선이다.
산악도로가 능선까지 나 있었다.
능선에서 트레일 넘버 601을 따라간다.
한창 공사 중인 프레다로라 산장을 지나갔다.
트레일은 어깨 길로 수평으로 이어진다.
사늘한 기온이 걷기에 좋았다.
날이 흐려도 즐겁다.
마르몰라다 정상은 내내 구름 속에 숨어있었다.
커다란 바위덩어리 같은 마르몰라다는 누렇게 변한 빙하와 녹지 않은 눈이
골짜기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우리가 걷고 있는 트레일과 마르몰라다 사이는 협곡으로
아래쪽은 수목이 분포하는데
우리가 걷는 정도의 높이에는 수목은 없고 초지다.
가야 할 방향으로 폐다이아 호수가 보였다.
아마 트레킹을 쉬었다면 저 폐다이아 호수를 한 바퀴 돌았을 것이다.
걷기가 편하니 내내 즐겁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트레커들이 많지 않았다.
비엘 달 팡 산장에 도착해 간단한 점심을 시키고
우리가 가져온 음식을 먹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다고 했다.
주문한 음식과
우리가 준비한 음식을 같이 먹었다.
여기서 바라보는 마르 몰라다는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몇 개의 작은 모퉁이를 지나자 이제 급한 하산길이다.
페다이아 호수로 내려간다.
페다이아 호수로 내려가는 트레일 옆에
특별한 나무를 만났다.
봉순이가 겁 없이 나무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나무 아래는 허공이다.
내려가는 길은 야생화가 만발했다.
급한 내리막이라
취한 듯 갈지자로 내려간다.
길지 않아서 금방 내려섰다.
렌터카와 약속한 시간보다 빨리 도착해서 피자집에 들렀다.
꽤 유명한 집이란다.
화덕에 직접 구워줬다.
클라이밍 사진과 그림 등이 걸려 있어서 물었더니
사장님 아버지가 클라이머였다고 한다.
피자와 맥주 한잔씩.
오늘의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우중 트레킹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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