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엇인가에 내내 구타를 당한 듯
곳곳에
통증이 가볍지 않다
아플수록
산으로 가야한다
산에게 처방을 묻고
산에서 처치를 받고
산에서
다시 회복한다
산은
치유의 다른 표현이고
산은
위로의 다른 말이며
산은
아픔의 반의어다
원정등반을 하지 못했고
벽(암벽,빙벽,릿지)등반도 백패킹도 거의 못한.....
그러다 보니 산악사진(산 풍경, 등반)도
담은 게 별로 없다
억지춘향으로
12컷을 골라봤다.
#1 용궐산
2018-02-04
잠깐이면 닿을 줄 알았던 정상이
몇 개의 히든피크를 지나서야 도착했다
정상 데크에
텐트를 친 후
서걱거리며 내리는 눈을 맞으며
드립한 커피가 가득 채워진 잔을 들고
진안 데미샘에서 굽이쳐 흘러온
섬진강을 내려 본다
긴 겨울밤
잠시 쌓이다 이내
스르르 흘러내리는
눈 소리에 잠깐씩
깨어나기를 반복하다 텐트 밖으로 나왔다
잠시
굽이가 펴진
섬진강의 물길이
동장군에 잡혀있고
산정을 내려간 바람이
밤새 나무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냈다
아침,
순백의 仙居에서
즐기는
섬진풍류다.
#2 백두산
2018-07-11
새벽 3시 반쯤이던가
서파휴게소에서 단숨에 올라
삼각대를 펴둔 후
의자를 조립하고
티테이블에 홍차를 우려냈다
하늘은 구름도 없고
안개도 흐르지 않아
투명하게 맑았다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여명을 즐기며 천지일출을 기다렸다
불쑥
해가 떠오르는데
백두산 천지 위로 떠오르는데
담담했다
그냥 뒤척이듯
천지일출을 만났다
#3 지리산
2018-08-05
갑자기
바람을 쫓아온 안개가
붉게
짙어가던 놀을
지우고
숲의 음영을 지우고
산의 원근마져 지워
세상은
찰라에 진공상태다
기다렸다
바람이 거세니
한 순간 이라도
열릴 것이다
두 시간을 머물렀고
두 번
찰라간 하늘이 열렸다
기다림의 시간이 좋다
사진을 얻지 못해도
그 찰라를 핑게로
산에
머무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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