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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187

보내다 또 한명의 산친구가 떠났다 산에서는 잘 벼려진 무사같던 그러면서서도 산아래에서는 소주잔 기울이며 맑게 웃을 줄 알던 히말라야 고산등반의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인정 받았던 좋은 아우가 수년 전 히말라야 등반에서 양손가락을 잃고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들어서다 불의의 사.. 2018. 8. 30.
박새 2018-07-10 백두 꽃은 고요했다 고산 평원에는 온갖 꽃들이 서로를 엄폐한체 숨 죽여 밤 별들을 기다리고 있고 먼 허공의 구름이 시시각각 색을 입고 흐르고 난 뒤에야 바람은 그 뒤를 따라나섰다 잠시나마 의자를 펴고 앉아 꽃의 침묵 속을 들여다고 싶었고 구름을 쫓는 바람을 불러내려 꽃.. 2018. 7. 19.
입대 남바람꽃 아침, 고속도로는 오랜만에 선명하다 봄 내내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옇던 대기가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그대로 빛은 따뜻하고 시야는 먼곳까지 분명했다 아내와 아들을 태운 차안은 날씨와 달리 조금 무겁다 벚꽃과 이별하듯 한바탕 짧은 이별을 치뤄냈다 할머니, 할아버.. 2018. 4. 17.
할머니와 손자 왜현호색, 나도개감체 불쑥 자란 아들녀석이 군대에 간다고 한다 작년부터 아래층으로 모신 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기억이 흐려지신다 아들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할머니는 ATM기계처럼 자기를 볼 때마다 돈을 주신단다 어머니는 손자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기력이 없다 보니 해줄 수 있는 것이 용돈을 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신 듯하다 딸과 통화하면 손자에게 용돈을 주어야하니 돈을 보내주라고 하신단다 손자가 군대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신 후 요 며칠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우는 모습을 보이신다 그 울음이 딸들한테까지 전해져서 딸들마져 울면서 전화가 온다 기억이 조금 흐려지신 뒤로는 어머니에게 오직 손자가 낙이었는데 그 녀석이 군대에 간다니 손자의 빈자리를 어찌 감당하실지 당연한 걱정이다. 손자에게도 할머니는 가장 큰.. 2018. 4. 14.
마터호른 추억 마터호른을 다녀온지 100여일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족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보여진다 이제야 좀 더 객관적 사고가 가능해져서 일것이다 정상을 오르지 못한 원인이 날씨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날씨와 무관하게 내 상태로는 정상에 가지 못했을 것이라.. 2017. 11. 16.
길-2 2017- 7-17 스위스 브라이트호른 길을 간다는 것 그 길이 어떠했던 그 여정이 끝나면 잠시나마 아름다워진다 폴란드의 산악인 보이텍(보이텍 쿠르디카)은 "산은 모든 쓰레기, 모든 사소한 것들 그리고 일상의 모든 부담을 쓸어내는 거대한 빗자루 였다" 산에서 돌아오면 티끌 하나 없이 깨끗.. 2017.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