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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 릿지 캐러멜 향을 품은 커피 향이 소란한 방안에 안개처럼 가득 퍼졌다. 잠을 잔 듯 못 잔 듯했는데 커피 한잔이 후각과 미각을 자극해 한순간에 아침이 선명해졌다. 티 타임이 끝나고 등반 장비를 챙겨 배낭을 꾸려뒀다. 송추미가 식당 바로 옆 들머리에서 8시 20분에 출발했다. 오봉 릿지 등반 시점까지 어프로치는 3.2km, 표고차는 500m 정도다. 모두 급하지 않게 느긋하게 걸었다. 중간 조망 좋은 곳에서 잠시 쉬면서 완전한 가을 하늘 아래로 보이는 서울과 주변 도시, 그리고 주변의 산을 가늠해보며 수다를 떨고 들머리에서 1.9km 정도’ 고도 500m 위치한 여성봉에 올라 사진을 찍고 야한 농담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 후 출발했다. 오봉 릿지 들머리에는 여성봉에서 30분을 더 올라 도착했다. 2022-09-0.. 2022. 9. 16.
캐니어닝 - 옥류동천 2 시원스러운 소리를 내는 계곡으로 균형을 잃어버린 나무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처럼 가지를 내려트려 물의 소리를 들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졌다. 하강할 때는 아찔하게 보였던 폭포들은 우리가 계곡을 따라 내려온 만큼 작아졌고 되돌아 바라보는 그런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종종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일부 회원들이 탈출한 후 잠시 행동식을 먹고 출발했다. 날은 내내 흐렸다. 한순간도 빛이 들지 않아 폭포수 물줄기가 튀어 오르며 빛에 반짝이는 강렬한 역동성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계곡의 물줄기는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파이프관을 반쯤 쪼개 놓은 것 것 같은 곳을 지나 20여 미터를 수직으로 떨어지고 난 후 다시 모였다. 그렇게 물줄기는 녹음이 짙어진 나무들과 커다.. 2022. 8. 2.
캐니어닝 - 옥류동천 1 10여 년간 우리들 만의 시크릿 가든에서 여름에만 즐기는 풍류이고 우리만을 위한 워터풀에서 즐기는 조금은 위험한 소풍. 계곡등반. 표충사에는 정시에 도착했고 수도권, 울산팀도 바로 도착했다. 잠깐 서로 수인사를 하고 장비를 챙긴 뒤 층층폭포로 출발~ 올해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층층폭포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하산 산행이다. 이름하여 ‘waterfall down climbing’이고 ‘Canyoning’(캐니어닝, 캐녀닝)이다. 등산은 항상 오르는 것은 힘들고 내려오는 것은 위험하다. 올해는 인원이 다른 해 보다 반 정도 적어서 중간 조망권이 있는 데크에서 쉬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층층폭포까지 느긋하게 오른다. 날은 흐렸지만 가벼운 배낭과 물놀이에 대한 기대로 오르는 내내 유쾌한 수다가 이어.. 2022. 8. 1.
땅나리 2022-07-26 제주 하필 땅만 바라보니? 하늘은 가끔 저렇게 파란데. 고개를 숙여도 고개를 들어도 아픈 건 마찬가지지만. 2022. 7. 22.
족은노꼬메오름 둘레길 - 상잣길 제주에 도착해서 잠시 하귀농협에 들러 간단한 장을 봤다. 족은노꼬메로 향하는 길이라 마트도 크고 동네도 커서 장 볼 일이 있거나 북서방향이 목적지일 때 자주 들리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산수국 촬영이 전부다. 꽃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족은 노꼬메 주차장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 5시를 넘었는데 주차장에 차들이 몇 대 보였다. 시간도 조금 늦었지만 태양의 방향을 확인하고 상잣길로 들어섰다. 오늘은 꽃 상태를 확인하고 촬영 계획을 구체화시킬 소스만 얻으면 돼서 멀리 가지 않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만 1km 정도 갔다 되돌아왔다. 수년간 왔던 곳이라 지리정보와 구간별 꽃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야생이란 해마다 달라지고 기상과 기후, 시간에 따라 변화가 많아서 확인하고 방향을 정하고.. 2022. 7. 13.
슬기로운 백수 생활 2 – 여행 1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을 해보자. 아무것도 안 하는 여행이 가능할까? 아니 아무것도 안 한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고 '게으른 여행'이 더 알맞는 표현 같다.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벗어나 자주 볼 수 없는 것,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것,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을 해보려고 가거나 특별한 테마를 정해서 가는 경우 또는 휴양을 목적으로 가는 등 사람마다 다양한 목적이나 목표를 두고 가는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다르게 표현하면 바로 일상과 다른(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해 일상의 문 밖으로 나서는 것이 여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막상 계획 없이 가도 무엇인가를 하게 되고 또 무엇인가를 보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 몇 년 전부터 제주에 가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늘 계획을 .. 2022. 7. 8.